memo
문제는 사람이 얼마나 오래 사느냐에 있지 않고,
자기 몫의 삶을 어떻게 살고 있느냐에 달린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조금전의 아찔한 허무감은 이내 지워지고
말았다.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 인간답게,
내 자신답게 후회 없이 사는 일이
새로운 과제로 다가섰다.
사람은 살 때에 빛이 나야 하듯이
죽을 때에도 그 빛을 잃어서는 안된다.
생과 사가 따로 나누워질 수 없는 겉과 속의
관계라고 하니 더욱 그렇다.
자기답게 살려는 사람이 자기답게 살고 있을 때는
감사와 환희로 충만해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괴로워한다.
자기 몫의 생을 아무렇게나 낭비해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다시 버리고 떠나는 연습을 한다.
일상이 안이해지거나 무력해질때,
이게 아닌데 싶으면 지녔던 것을 선뜻 버리는 일을 한다.
책을 정리해 흩어 버리고
옷가지를 나누어서 덜어버린다.
그리고 범속한 관계들에 가지치기를 가한다.
그러고 나서도 성에 차지 않으면 훌쩍 떠나 버린다.
고여있는 물은 썩게 마련이다.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드넓은 바다를 향해
흘러갈때 물은 새 생명을 얻는다.
출렁이며 흐르는 물은 고여 있던 물과는
그 질이 같을 수 없다.
버리기 위해서는 맺고 끊을 줄 아는
굳센 의지가 작용한다.
하나씩 버리려고 들면 끝이 없지만,
훌쩍 떠나 버리면 전부를 한꺼번에 버리게 된다.
더 갖지 못해 부자유를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 버리고 떠남으로써 오히려 홀가분한
자유를 누리려는 것이다.
내 인생을 내가 살기 위해.
_법정스님